형상의 재현을 통해 의미를 만들거나 추상적인 감정을 표현함에 뜻을 두지 않는 나로선, 재료의 발견이 곧 작업의 실마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Live Rust 또한 마찬가지다. 방청을 목적으로 하는 적갈색의 기능성 페인트는 현실에서 길어온 대상이자 도시의 상징이다. 다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작업의 형식을 찾아가고 프로젝트의 구조가 잡혀가는 초기 단계의 작업이 유독 유머러스하고 좀 수다스러운 면이 있다면, 아마도 동시대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교감하는 로컬한 기표로써 내 작업이 기능했기 때문이리라.
작가노트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 중
기하학적 추상 판화인 ‹Live Rust›는 건축물에 사용되는 강철 골조와, 강철이 녹슬지 않도록 칠하는 방청페인트를 재료로 삼아 탄생했습니다. 작업에 사용되는 H빔, I빔 골조는 그 이름처럼 알파벳 모양의 단면을 지녀, 마치 거대한 금속 활자를 닮았습니다. 작가는 수십kg에 육박하는 강철 구조물을 계속해서 들어 올리고 찍어 누르면서 붉은 색의 방청페인트를 종이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립니다. 고강도의 신체 수행으로 탄생한 견고한 패턴은 반복되는 몸의 궤적을 그대로 드러내게 됩니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 작업을 두고 “초도시화를 목격하고 있는 변상환 작가는 새롭게 만들어진 주변 환경의 혼합체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예술가이자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