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환상의 빛»에는 강렬한 색을 입은 조각적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복잡한 굴곡으로 이루어진 추상 조각 ‹Eyes and Vision(눈과 시각)›의 표면에 입혀진 서로 다른 채도와 명도의 색은 빛의 방향과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왜곡되며 신비로운 착시를 일으킵니다.

‹Anthropometry(인체측정)›, 그리고 이로부터 기원한 ‹Eccentric Abattis(익센트릭 아바티)›까지 이어온 조각 프로젝트를 통해 이병호 작가는 조각의 개념과 재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이로써 고유한 조각적 방법론을 구축해왔습니다. 작가는 조각의 가장 오랜 주제인 '인체'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지만,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이 형상을 작업의 재료로 삼습니다. 온전한 인체 조각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조각으로 재탄생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오랜 역사를 지닌 조각의 연대기에 현재 진행형의 새로운 서사를 더하며 이를 계승합니다.

전시의 제목처럼, 작가는 조각의 실재와 이미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착시 효과에 주목합니다. 단단한 조각 덩어리가 빛과 색을 만나고, 여기에 우리의 ‘시지각’이 개입하였을 때 이것이 어떠한 환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떤 미지의 가능성과 기대로 연결될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