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데이터상의 오브제는 원래 지녔던 물성과 두께, 안과 밖이 휘발된 채, 좌표의 지점에 따라 존재하는 '정보'가 되고, 좌표가 움직일 때마다 그 형태와 음영, 위치와 방향이 가시화된다. 데이터 상에서의 이미지는 우리가 경험하는 2~3차원이 아닌, 좌표 차원의 공간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입체는 X, Y, Z 축을 통한 수학적 상태를 절대 조건으로 갖는다. 조각의 입체는 좌표의 집합과 하나 이상의 빛으로 설정된 추상 공간에서 면과 실루엣, 명암과 그림자로 나타난다. 이때 우리도 평면의 모니터에서 어떤 입체 이미지를 보게 된다. 

이병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평면 작품인 <Silhouette Coordinates> 연작을 공개합니다. 이는 비물질의 3D 데이터로 변환되어 디지털 공간에 존재하는 ‘디지털 조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입니다.

작가의 디지털 작업 공간에는 좌표만으로 이루어져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테리한 입체 형상들이 존재합니다. 이 좌표들에 드로잉으로 색채와 질감을 입혀 그 화려한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작가는 조각의 영토를 확장합니다. 이병호 작가는 디지털 드로잉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도적인 '오류'와 '왜곡'을 예술적 표현으로 이끌어내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조각적 이미지를 탄생시키게 됩니다.